CGV의 수직계열화와 독립영화의 미래

독립영화 2015.09.23 11:17

퀴즈 하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한공주>, <도희야>, <누구에게나 찬란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혀 모르겠다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대충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로 분류되며, 그 중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라고 대답하실 수 있을 것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2만9천여 명, <한공주>는 22만4천여 명, <도희야>는 10만6천여 명,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2만1천여 명, <소셜포비아>는 24만9천여 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4만3천여 명, 그리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무려 480만1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독립영화의 1만 관객은 주류영화의 1백만 관객과 견줄 수 있다’는 세간의 속설에 견줘보면, 이 영화들은 적게는 두 배, 많게는 480여 배의 관객을 모은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한 셈이다. 하지만 흥행한 독립영화라는 점 외에 더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들의 배급사가 ‘CGV아트하우스’라는 것이다.


CGV아트하우스는 시장점유율 1위의 멀티플렉스 사업자 CGV의 투자·배급 레이블이다. CGV는 CGV아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상영업에 투자·배급업을 더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였다. CGV아트하우스는 앞서 언급했던 영화들 외에 <우아한 거짓말>, <차이나타운>, <무뢰한> 등의 (저예산)영화들도 투자·배급했다. 2014년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은 전국 573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어 160만9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2015년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전국 551개 스크린에서 147만2천여 명의 관객을, <무뢰한>은 482개 스크린에서 41만4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CGV는 2014년 외국영화를 포함한 전체영화 배급사별 점유율 순위에서 9위를 기록했으며[각주:1]한국영화 배급사별 순위에서는 메이저 배급사 4사에 이어 당당하게 5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5년 상반기에도 전체영화 배급사별 순위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위를, 한국영화 배급사별 순위에서는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4위를 기록하여 단숨에 한국영화 투자배급계의 메이저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CGV아트하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전용스크린으로 알려져 있다. CGV의 독립·예술영화전용 스크린 사업은 2004년 ‘인디영화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래, ‘무비꼴라쥬’를 거쳐 10여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CGV아트하우스는 2015년 9월 현재, 전국 18개 사이트 26개 스크린이 운영 중이며, 이는 독립·예술영화스크린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독립·예술영화 관객들 사이에서 CGV아트하우스는 널리 알려져 있으며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CGV는 새롭게 시작하는 투자배급사업의 명칭을 CGV아트하우스로 정하면서, ‘국내 1위의 상영업자가 본격적인 수직계열화를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 대신, ‘CGV가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네이밍 마케팅의 승리인 셈이다. 


하지만 투자배급사 CGV아트하우스와 상영관 CGV아트하우스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다르다. 영화관 CGV아트하우스의 스크린은 CGV 전체 스크린의 2.7% 남짓인 26개뿐이지만, 투자배급사 CGV아트하우스의 주요 투자영화들의 배급규모는 26개 스크린을 웃돈다. 완성된 독립영화에 투자·배급하는 경우가 아니라 직접 저예산영화에 투자하여 제작하는 경우에는 전국 500개관 이상에서 개봉하기도 한다. 이는 CGV가 다른 비메이저 배급사가 가지지 못한 전국 126개 사이트 958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배급사 CGV아트하우스가 단번에 메이저로 성장한 배경이 바로 막강한 규모다. CGV아트하우스가 투자배급하는 영화들의 경우 CGV의 상영 스크린만 260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각주:2] 이는 영화관 CGV아트하우스 전체 규모의 10배가 넘는다. 자사가 투자한 영화이기 때문에 자사의 영화관에서 유리하게 편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관을 소유하고 있기에 CGV가 제작투자한 <우아한 거짓말>, <무뢰한>, <차이나타운> 등의 배급규모는 4대 메이저 회사를 제외한 비메이저 배급사의 배급 규모를 웃돈다. 최근 개봉한 비메이저 배급사들의 영화가 3~400개 내외의 스크린에서 개봉되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수익계열화의 힘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각주:3] 독립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CGV가 직접 배급하는 영화가 영화관 CGV아트하우스를 차지하는 경우가 늘어날수록, 다른 독립영화배급사의 배급규모는 줄어들며 아예 CGV에서 상영할 기회가 없어지기도 한다. 업계 1위 상영업자의 수직계열화는 단번에 시장 질서를 흔들만한 위력을 가졌으며, 이런 조건에서 공정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CGV는 CGV아트하우스를 할리우드 메이저의 ‘스페셜티 디비전’[각주:4]과 비교하며,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유행했던 할리우드 메이저의 스페셜티 디비전은 폭스서치라이트, 소니클래식스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게다가 이들 스페셜티 디비전이 미국영화의 다양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불명확하다. 백번 양보하여 메이저 스튜디오의 스페셜티 디비전이 미국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하더라도 CGV의 투자배급업 진출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CGV는 할리우드 메이저와 다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미국의 거대상영업자가 아니라 투자배급사업자다. 반면 CGV는 투자배급업의 메이저가 아니라 상영업의 메이저이며, 한국에서 아시아로 확장중인 거대 상영사업자다.[각주:5] CGV는 CGV아트하우스는 상영업을 기반으로 투자배급업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각주:6]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가 유발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제기 되어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며,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CGV는 자사의 투자배급 사업이 독립·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의 진흥을 위한 지원일 뿐이며 본격적인 투자배급업 진출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이 전략은 비메이저 투자배급사와 독립영화 배급사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전체 영화배급시장의 90%는 국내 4대 메이저 배급사와 4대 할리우드 직배사가 점유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10%만이 비메이저 투자배급사와 독립영화배급사에 허락된 상황에서 CGV의 저예산·독립영화 투자배급 전략으로 인해 CGV의 비중이 커진다면, 그만큼 다른 사업자들의 점유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10% 시장에서 CGV의 점유율이 5%가 넘어선다면 중소 비메이저 배급사들과 독립영화 배급사들의 점유율은 5% 내외로 떨어질 것이다. 생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한국영화의 건전한 미래일까?


2014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CGV가 계열회사인 씨제이이앤엠이 배급하는 영화의 상영 회차, 상영관 규모, 극장 예고편, 현장마케팅 등의 거래조건과 거래내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현저하게 유리하게 제공하였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일회사가 아니라 계열회사 간의 수직계열화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회사 내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불공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CGV의 수직계열화가 진짜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할 것인지는 냉정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사실 CGV의 투자배급업 진출은 독립·저예산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을 통해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사의 주요 비즈니스인 상영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CGV는 그간 골드클래스, 시네드쉐프, 프라이빗시네마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나 3D, IMAX, 4DX, SphereX, SoundX, ScreenX 등 차별화된 관람체험으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 해왔다. CGV아트하우스를 통한 투자배급업 진출은 니치콘텐츠 제작배급으로 니치시장을 개발하고 이 시장을 차지해 성장하려는 또 다른 성장전략일 뿐이다. 게다가 CGV가 향후에 투자배급하는 영화의 예산을 조금씩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만약 CGV가 1위 상영사업자로서 진정 독립·저예산영화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수직계열화의 시도를 중단하여야 한다. 영화시장 생태계가 풍성해지길 원한다면, 직접 사업자로 나서 배급 시장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의 독립·저예산영화가 상영·배급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스크린과 상영회차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본적으로 독립·예술영화에 CGV 전체 스크린의 2.7%만 제공하여 게토화시키는 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저예산 영화시장의 문제 중 하나가 제작 및 마케팅 자본이 부족한 것이라면 현재처럼 직접 제작과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접근이다. 다만 투자한 영화를 직접 배급하여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럴 때, CGV의 의도가 ‘독립·예술영화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게재 문화연대 문화빵

  1. CGV아트하우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배급사는 한국의 4대 메이저라 불리는 씨제이이앤엠,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와 4대 할리우드 직배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이다. [본문으로]
  2. 2015년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CGV의 265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본문으로]
  3. 비메이저 배급사인 씨네그루의 <퇴마, 무녀굴>은 331개 스크린, 리틀빅픽쳐스의 <오피스>는 424개 스크린, 판시네마의 <치외법권>은 446개 스크린에서 각각 개봉했다. [본문으로]
  4.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의 예술영화 배급 레이블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워너브러더스의 워너인디펜턴드, 20세기폭스의 폭스서치라이트, 소니의 소니클래식스, 파라마운트픽쳐스의 파라마운트빈티지, 유니버셜의 포커스피쳐스 등이 대표적이다. [본문으로]
  5. 굳이 한국에서 할리우드 메이저의 스페셜티 디비전과 유사한 사례를 찾는다면 씨제이이앤엠의 ‘필라멘트픽쳐스’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콘텐츠판다’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6. 물론 미국에도 메이저 스튜디오와 연관된 영화관 체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48년 파라마운트 판결이 1980년데 레이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등에 따라 집행이 중단되면서 메이저 스튜디오가 소유하는 영화관 체인이 다시 생겨났다. 하지만 북미의 주요 5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리걸엔터테인먼트, AMC엔터테인먼트, 시네마크씨어터즈, 카마이크시네마, 시네플렉스엔터테인먼트는 모두 메이저 스튜디오와 관련이 없는 회사다. 북미의 주요 영화관 체인 중 메이저 스튜디오와 연관된 곳은 비아콤 계열사로 파라마운트와 연계된 내셔널어뮤즈먼트 뿐이다. 내셔널어뮤즈먼트는 스크린 수로 업계 8위에 해당하며, 이 정도 규모로 수직계열화로 인한 불공정 경쟁 환경이 강력하게 조성되기는 힘들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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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대구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재개관에 부쳐

영화정책 2015.09.23 11:11

대구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이 새 단장을 위해 휴관한지 78일만인 9월 4일 재개관했다. 동성아트홀은 지난 2월 25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관을 발표한 바 있다. 지원을 중단해 폐관으로 몰아붙인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거셌고, 관객들을 중심으로 영화관을 다시 살리자는 목소리도 컸다. 오랜 시간 지역 관객들과 함께 한 소중한 공간을 지키고자 한 염원은 미디어를 움직였고, 결국 지역의 독지가의 마음에 가닿아 폐관을 막았다. 그리고 모두의 바람대로 동성아트홀은 문을 닫지 않았다.


재개관 첫 프로그램은 대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과 공동으로 기획한 ‘해피 투게더 – 동성아트홀 재개관 기념 공동기획전’과 인문학강좌인 ‘동성, 인문학을 말하다’다. 기획전은 국내외 예술영화를 주요 상영작으로 하는 동성아트홀과 한국 독립영화를 주요 상영작으로 하는 오오극장이 서로의 프로그램을 교환해 상영하는 방식으로 마련되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두 영화관 간의 ‘협동’이다. 그리고 인문학강좌는 영화만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시민들과 호흡하겠다는 동성아트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동성아트홀을 찾아야할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동성아트홀이 폐관의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동성아트홀의 회생모델이 지역 예술영화관의 미래에 대한 모범답안은 아니다. 서로 다른 처지에 내몰려 있는 지역 예술영화관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정책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보조금이 전부가 아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경영 컨설팅과 정례적인 시장조사 제공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립경영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예술영화관 운영자의 혁신도 요구된다.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제작·배급자들과 함께 시장을 성장시키겠다는 전망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영화관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경제적·문화적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도 설정되어야 한다.


지역 예술영화관에 공공지원이나 시민의 경제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멀티플렉스가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지금, 지원의 필요성은 희석될 것이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는 지역자발의 문화는 도외시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윤을 서울에 위치한 본사로 가져간다. 그래서 지역에 경제적·문화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적다. 이런 영화관과 다른 전망을 가질 때 지역 예술영화관의 더 나은 미래가 시작될 것이다.


게재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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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개봉에 부쳐

독립영화 2015.09.23 11:08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9월 12일, 개봉할 예정이다. 2010년 제작되어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열띤 호응을 받은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서 상영금지나 다름없는 결정이기에 제작진은 서울행정법원에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소송을 냈다. 2014년 7월,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이 취소됐고, 다시 1년여가 지난 지금 드디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자가당착>은 서울지역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우선 개봉한 후, 로드쇼 방식으로 전국의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개봉을 앞둔 김선 감독은 ‘영화 그 자체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이 영화의 어떤 장면들이 제한상영가 등급의 원인이 되었을지 따져보며 관람하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제작 후 5년여 만에 개봉되는 것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13년 6월, <포돌이군의 가족잔혹사 X – 한국의 밤과 안개>라는 제목으로 이미 개봉됐다. <자가당착>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얀 슈반크마이에르나 퀘이 형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의 초현실주의적 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관객도 있었고, 영화가 풍자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궁금해 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리고 왜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금지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영화가 기대보다 흥미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국의 관객들은 지금까지 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식 개봉으로 <자가당착>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 되었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개봉은 하지만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권력에 비판적인 영화의 상영이 극도로 제약받는 현실에서 관객은 제대로 <자가당착>을 만날 수 있을까. 과연 몇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될 수 있을까. <다이빙벨>의 상영을 거부했던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는 이 영화를 상영할까.


지금까지 <자가당착>은 상영등급분류 제도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 당했다. 법원의 판결로 간신히 자유를 되찾았지만, 법적 근거도 없는 또 다른 검열 행위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여전히 영화인과 관객들의 몫이다. <자가당착>의 개봉을 지지하며 진심으로 축하한다.


게재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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