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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뭔가 올려야겠다는 강박이 생겼으나, 새 글을 쓸 여력은 아직 없네요. :) 그래도 뭔가 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이전에 작성하였지만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은 내용하나 포스팅합니다.
우선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하는 월간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2008년 1,2월 합본호의 "2008년 한국 영화산업 전망" 기획 기사에 실렸던 서면 인터뷰 풀버전을 올려봅니다. "2008년 한국 영화산업 전망" 기획은 투자와 제작, 배급, 상영, 해외 세일즈, 독립영화, 부가시장 등 7개 분야에 대해 총 15인이 의견을 싣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와 함께 독립영화 쪽 전망에 대해 답했습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첨부한 파일을 다운받아 보시거나,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아 보시면 되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월간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페이지 바로 가기

동향과_전망1_2.pdf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2008 1/2월 합본호 다운받기


1. 지난 2년여 동안 장편 독립영화의 제작과 상영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디지털이라는 기술적 요인, 아트플러스와 인디스페이스를 통한 상영의 안정화, 그리고 독립영화 제작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구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편 독립영화는 일부 몇 작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단발적으로 상영되거나 아예 배급 기회를 갖지 못한 작품들이 상당수입니다. 2007년 독립영화 시장을 평가하고, 2008년의 독립영화 시장을 전망한다면?


2007년은 2006년에 비해 더 많은 독립장편영화들이 개봉된 듯 하지만, 편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다만 <후회하지 않아>, <비상> , <사이에서>등에 비견할만한 관객 동원력을 보여준 작품이 <우리학교> 외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2006년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2006년에 비한다면 다소 실망럽다고도 볼 수 있는 한 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2007년 11월 8일에야 개관하여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제작 및 배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구상들이 시도되긴 했지만 구상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2008년은 2007년부터 시도한 사업들이 조금씩 가시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 시일 내에에 독립영화 배급구조가 안정되지는 못할것입니다. 전용관은 1개 스크린으로 시작한 것이며, 한국의 영화 시장 상황은 2006년에 비해 2007년 더욱 악화되었고, 2008년 역시 극적 반전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꾸준한 상영과 배급이 가능할 것이기에 조금 진전된 모양새로 변화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2007년 독립영화는 양적으로는 풍부했지만 질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 소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독립영화의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는데, 독립영화의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007년 독립영화가 질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혹은 "어떻게 하면 독립영화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대답하기가 애매합니다. 독립영화 제작 환경이 여전히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혹은 희생)에 기대고 있으며, 배급을 통한 선순환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창작자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한 질적 향상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작품 내적인 질의 향상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고른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제작 구조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독립영화가 점차 장편화되면서 1인 제작 시스템으로는 일정한 질을 담보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원래 독립영화가 어려운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퀄리티를 위한 스탭 풀(Pool)은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보다 전문적인 독립영화 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 지원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현재 독립영화의 제작비 수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제작 장비는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일정한 선순환 구조를 획득하기 전까지는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 구조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가지 노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보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크린에서 상영을 목표로 하는 '영화', 이미지로 사고하는 '영화' 등등 영화가 100년 넘게 만들어온 표현의 상상력을 사고하거나 그 사고를 넘어서거나 돌파하려는 노력들이 독립영화 안에서 더 많이 보였으면 합니다. 둘째는 대중과 접점이라는 측면에서 영화 산업이 만들어온 '장르' 영화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장르를 돌파해내는 독립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장르영화에 대한 고민이 단순화되면 주류 산업영화를 답습하는 꼴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만, 영화에 대한 사고, 혹혹은 대중과의 접점 확대라는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장르영화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3. <은하해방전선>에서 보듯이 제작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독립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들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의 제작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배우 개런티를 낮추어서 독립영화에 출연하도록 하는 일, 대형 제작사에서 독립영화 회사를 만드는 일, 상업영화 감독이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일 등)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는 '다양한 투자 재원 확보를 통한 리스크 감소'와 '제작 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콘텐츠 제작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2~3년 전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독립영화 진영의 하나의 방편으로 제안된 '제작위원회'는 일본의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처럼 '한 편의 영화 제작을 위해 방송사, 후반작업업체, 제작사 등이 고루 참여하는 방식'과 '한 편의 영화 제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독립장편영화들의 프로덕션 과정을 슈퍼바이징할 수 있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되었습니다.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는 한국독립영화협회 프로듀서 분과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KT&G 상상마당으로 부터 확보한 1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장편독립영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구성되었고 후자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작위원회가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현재의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가 존재할까요? 획기적 아이디어 하나가 판 전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작-배급을 가로지르는 선순환 구조의 확보이겠지요. 이를 위해서 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가 선결과제입니다. 다만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독립장편영화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스탭 풀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2~3년간 Festival에서 조금은 벗어나 Award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영화 Award들은 주류산업영화만을 주요 대상으로 합니다. 5개 스크린 이하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Award에서도 소외받고 있습니다. 특정 규모 이하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Award의 도입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주류산업의 모양새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고, 과연 이것이 시급한가라는 질문도 있겠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보다 높이고, 제작되는 장편영화들의 감독만이 아니라, 배우와 전문 스탭들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고 격려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Award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해 개봉되는 독립장편영화가 10편을 넘어가고 있지만, Festival에서의 평가가 개봉 상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은 Festival을 통하지 않고 개봉된 영화는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Festival에서 조금은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개봉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다시 각인시키기 위해서 Award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여러 인력들을 독립영화 진영이 지속적으로 끌어안고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현재 개인적 친분관계, 개인의 영화 예술적 비전을 위해, 혹은 커리어를 위해 독립영화 작업에 참여하는 스탭들이나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활동들이 독립영화 진영과 활발하게 교배되고 있거나 전체 영화 구조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Festival 혹은 경쟁이 도입된 Festival이라 하더라도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만 집중됩니다. 이를 일정하게 벗어나야만 보다 전문적인 제작을 위한 인력풀 형성도 가능할 것입니다.


4. 2007년 독립영화는 그 상영에 있어 큰 변화를 이룬 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상영운동은 독립영화의 대안적 배급방식으로 큰 성과를 냈고, CGV 등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도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상영을 일정 정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상영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2008년 독립영화의 배급과 상영에 있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다양한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가 등장해야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영화 배급사라고 부를 만한 법인은 (주)인디스토리 뿐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독립영화 배급사가 배급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하나의 배급사로 배급의 성과를 내기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독립영화 안에 극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비해, 이 영화들을 국내 혹은 국외를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마케팅하고 배급할 수 있는 역량은 쌓여있지 못합니다. 결국 영화 배급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곳이 배급사라면, 배급사가 확대되어야만 배급이 확대될 수 있고, 전문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한 편 한 편의 상영과 배급을 고민하기 보다는 1년을 혹은 더 긴 시간을 내다보는 정책 보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주류 배급사의 끼워팔기 상품처럼 되어버리거나, 독립영화 고유의 배급형태들을 만들어내고 시장을 돌파하려는 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다행히 최근 독립영화 배급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연 열악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5. 독립영화는 극장 상영 이외에도 DVD․VOD 시장 활성화나 TV를 통한 상영 등 다양한 방식의 유통경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향후 독립영화는 어떠한 형태의 상영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하며, 바람직한 유통 형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주류산업영화처럼 수익 극대화를 위한 창구 전략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작품에 어울리는 배급 창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 산업의 경우 극장 외의 창구가 산업적인 의미가 없을 정도로 붕괴되어 있는 상황은 독립영화 배급에도 큰 장애가 됩니다. 게다가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역시 녹록하지 않습니다. 과연 현재 한국이 패키지 미디어 시장이나 뉴미디어 시장이 독립영화의 존재를 긍정하고 수용하려고 할까요? 그런 의지를 가진 사업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독립영화가 패키지 미디어나, 뉴미디어에 접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가시장이라는 사고를 넘어 현재 미디어 구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비판적인 시선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겠지요. 또한 극장 보다 더 많은 영상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하는 창구에서 어떻게 독립영화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의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장으로도, 공유의 수단으로도, 토론의 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독립영화에게 대중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6. 2008년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공적기금의 독립영화 지원의 방향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편 한편의 영화 제작보다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이어지는 제작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 한편 한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배급될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배급 구조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갔으면 합니다. 독립영화 안에서도 자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단기적인 성과에 기대지 않고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비영리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들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꾸준히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적기금의 지원은 아니지만, 등급 분류 제도의 변화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현재 영화법은 모든 영화에 대해 등급 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등급 분류받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봅니다. 등급 분류 서비스는 대규모 마케팅과 대규모 배급을 취하는 영화 상품에 대해 관람 연령 분류 서비스나, 영화의 특정 요소들에 대한 가이드로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대규모 마케팅과 대규모 배급을 선택하는 독립영화라면 등급 가이드를 취득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까지 무조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독립영화의 경우에는 표현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미 당하고 있는 경제적 검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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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의 상영 시장 독과점 욕망을 규제하라!
- 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언


2006년 한국영화, 두 가지 풍경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아주 상반된 두 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청어람이 제작한 영화 <괴물>의 엄청난 흥행 소식이고, 신작 <시간>의 개봉을 앞둔 김기덕 감독의 기자회견이 다른 하나였다.

청어람이 제작하고, 쇼박스가 배급하는 영화 <괴물>은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06년 깐느영화제 감독주간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는 보도는 관객들의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괴물>은 이런 기대 속에서 620개라는 한국 영화 최다 개봉 스크린을 확보하였고, 개봉 전 예매율도 거의 100%에 근접할 정도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엄청난 물량 공세로 모든 한국영화 흥행 기록 갱신이라는 결과를 얻고 있다. 개봉 첫 주말 토요일에는 역대 당일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수립하였음은 물론이고, 개봉 첫 주말 최대흥행 기록, 최단기간 100만 흥행 돌파 등 <괴물>은 한국 영화 흥행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각종 미디어들은 <괴물>이 아무리 늦어도 8월 18일 이전에는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괴물>이 과연 <왕의 남자>가 기록한 1,200만여 명의 기록을 깨고 최고 흥행작이 될지에 대해 이런저런 예측 기사들을 내놓으며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반면, 김기덕의 <시간>의 사례는 좀 우울하다. 전작 <활>의 단관 개봉을 통해 총 1,400여명의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은 아예 국내에서 개봉되지 못할 뻔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이례적으로 장문의 프리뷰를 실으며, <시간>이 만들어졌으나 개봉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렸다. 이에 한 네티즌은 김기덕 감독의 <시간> 개봉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개봉하지 못할 뻔한 <시간>은 다행스럽게 외국영화 전문 수입 배급사인 스폰지가 역수입함으로써 어렵게 한국 상영이 결정되었다. <시간>이 언론으로부터 최근 주목을 받은 것은 영화의 기자시사에서 김기덕 감독이 한 말이 언론에 보도되고부터였다. 인터넷 연예 매체들은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 자신의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을 것이며,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영화제에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별 이변이 없는 한 더 이상 한국 사람들은 김기덕 영화를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워 질 것이며, 이런 결정을 내린 김기덕 감독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참으로 오만하며 동의하긴 어렵다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최단기간 1,000만 관객 동원 샴페인을 터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음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현재 한국영화의 모습이다. 이 두 사건이 비교가 되면서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국내 영화상영시장의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싣고 있다. 한쪽으로는 흥행기록을 경마식으로 보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이 문제의 대안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모순적 태도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마이너쿼터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되고, 프린트 벌수 제한이나 전용상영관 설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익숙한 풍경들, 익숙한 호들갑

사실 이런 모습은 생경한 것이 아니다. 전체 스크린의 40% 가량을 차지한 <괴물>의 모습은 2004년에는 강제규필름 제작, 쇼박스 배급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2005년엔 진인사필름 제작,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의 <태풍>이, 2006년엔 KnJ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한반도>가 이미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배급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말죽거리 잔혹사>가 개봉되었던 2004년 봄에도 지금처럼 스크린 독과점을 강하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한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간신히 개봉하거나 아예 개봉을 못하는 영화들은 널려 있어 굳이 이야기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최근 1만명 관객을 동원한 이모션 픽쳐스 배급의 <내 청춘에게 고함>은 그나마 양호한 사례다. 인디스토리가 제작, 배급하는 <팔월의 일요일들>은 제작한지 1년이 지나서도 개봉하지 못하고 있고, 서울독립영화제2005 개막작인 <상어> 역시 개봉은 언감생심이다. <마리이야기>를 만든 이성강 감독이 2005년 실사영화로 연출한 <살결>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마케팅 지원을 받았으나, 개봉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 이송희일이 연출하고 청년필름이 제작한 <후회하지 않아>와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성 감독이 연출하고 역시 청년필름이 제작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주류영화사가 제작한 (초)저예산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배급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관객들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장편독립영화들은 널리고 널려 있다. 이 중 많은 수의 영화들은 관객들을 만날 기회인 개봉 상영을 아예 포기한다. “전국에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1,600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내 영화를 상영할 스크린이 정녕 하나도 없단 말이냐!”라는 감독들의 한숨 섞인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스크린 독과점, 대안은 없을까?

거의 매년 스크린 독과점이 문제가 되고,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들이 상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마이너쿼터’, ‘프린트벌수 제한’, ‘전용상영관 확대’ 등의 대안들이 이렇게 저렇게 제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되지 않거나 혹은 못하거나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른다. 일단 대안으로 제출된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재정이 필요한 탓일수 있다. 줄기차게 등장하는 ‘마이너쿼터’가 과연 한국영화상영시장의 다양성을 확대해 줄 수 있을까? 프린트 벌수를 제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용상영관을 많이 만들면 해결이 될까? 하나씩 검토해 보자.

먼저 ‘프린트 벌수 제한’,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어느 평론가가 필요성을 역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하는 이 정책은 상영하는 영화의 프린트수를 제한하여 600개씩 스크린을 독점하는 현상을 막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변화하는 상영 시장 환경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실제 상영 시장 내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막는다는 의도와 달리 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는 맹점이 있다.

프린트 벌수를 제한하면 제한된 숫자만큼만 스크린을 차지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멀티플렉스는 하나의 프린트로 여러 스크린에서 영사가 가능하다. 프린트 한 벌 가지고 전체 스크린의 상영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또한 점자 디지털 상영이 대세가 되어가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프린트 벌수를 제한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 정책이 가진 맹점은 프린트수가 제한될수록 배급사의 힘이 강력해 진다는 것이다.
프린트 수가 부족하다면 관객들이 자주 찾는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들과 배급사와 수직계열화된 멀티플렉스 체인만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배급사의 힘은 더욱 강력해지고 독립계열 극장들은 관객이 잘드는 영화 프린트를 확보하기 위해 배급사에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영시장은 배급사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면 블록부킹 등 불공정 거래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힘을 가진 배급사가 배급하지 않는 영화의 경우 상영 기회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힘의 논리에 의해 더욱 왜곡되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전용관의 확대’. 문화관광부가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책으로 예술영화전용관 100개를 들먹이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전용관 확대 정책은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

실제로 상영 시장 내에서 상영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하는 독립영화계는 줄기차게 ‘독립영화 전용관’의 설립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1기, 2기 영진위는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외면해 왔다. 다행히 3기 영진위에 들어와서 경우 추진 정책의 하나로 인정받긴 했지만, 그 동안 너무 심하게 바뀌어버린 영화 상영 시장 현실에 의해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영진위와 독립영화계는 독립영화전용관의 운영 방식이나 의의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있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설치가 상영 시장에서 배제된 독립영화의 상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없이 동의하고 있다.

물론 지금 이야기되는 전용관이 독립영화전용관을 확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용관의 확대는 우선적으로 영진위가 지원하는 아트플러스시네마네트워크(이하 아트플러스)같은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칭한다. 아트플러스 사업은 시장에서 밀려났거나 단관으로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해 온 영화관들을 대상으로 예술영화 상영을 하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영화관 보조금 지급이라는 방식으로 예술영화 상영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100개관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예산이 소모되므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거의 대다수 영화계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영진위는 지역 시민회관, 문예회관 등 영화 상영이 가능한 비상설 극장을 전용관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 내용을 수정하였다. 이런 사업 내용의 수정은 그동안 독립영화계와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요구해온 공공/공동체 상영관 요구에 일정하게 맞닿아 있기도 하다.

독립영화계와 시네마테크 단체들은 비영리적 영화 활동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상영관 정책으로 공공/공동체 상영관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공공/공동체 상영관 설립 요구는 시장 내에 있는 극장들은 시장 논리에 구애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시장 내에 있는 극장들에게 비영리적인 독립영화, 다큐멘터리영화, 실험영화, 고전영화 등을 상영하도록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장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상영관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 이 제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영진위의 전용관 정책은 이런 제안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긴 하지만 다르다. 영진위가 지역의 비상설 상영관에 접근하는 방식은 비영리적인 영화의 상영을 공공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단 비상설 극장을 영화 상영관으로 바꾸어 시장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들을 상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이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기본 전제부터 큰 차이가 있다. 전자가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비영리적이고 공공적인 상영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면, 후자는 현재 영화 시장이 가진 독과점의 문제를 비상설 극장을 영화 상영관으로 바꾸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시장안에서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둔 채, 우회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배제된 영화들을 위한 상영관이 늘어나는 것은 일면 바람직 하지만, 상영 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진행되는 정책은 시장에서 소외받는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시장 밖에서 창출함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이런 영화들을 시장 밖의 영화로 인식시키고 시장 내의 다양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마이너쿼터, 스크린 독과점의 대안?

스크린 독과점 현상의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두 정책들을 살펴보았다. ‘프린트 벌 수 제한’은 아예 실효성이 없고, ‘전용관 설립’은 실효성이 있긴 하나 시장 내 문제를 외면한다는 한계가 있다. 상영 시장의 독과점이 문제라면, 시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마이너쿼터’는 전용관 정책과 달리 시장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정책이라 할만하다.

알려진 마이너쿼터는 ‘각 스크린의 년 중 상영 일수 중 일부(최소 7일부터 최대 14일)를 저예산영화/예술영화/독립영화의 상영일로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전국에 스크린을 1,600개라고 가정했을 때, 최소 11,200일에서 최대 22,400일 동안 상영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날짜를 365일로 나눠보면 최소 30개관의 연중 상영이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이 숫자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상영관 30개는 그저 산술적 수치일 뿐이지 실제 상영관 수는 아니란 것이다. 만약 주어진 쿼터를 연속으로 사용하지 않고, 일주일에 관객이 가장 들지 않는 날 중 하루씩 7주(혹은 14주)를 상영한다면, 이 정책은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 된다. 연속으로 사용하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이 극장, 저 극장 전전해야 하며, 관객들은 영화 상영 극장을 찾아가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상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야 이런 기회라도 만들어서 활용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영의 문제가 단순히 극장이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기억하라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듯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홍보/마케팅 작업이 필요하다. 이 극장 저 극장 전전한다면, 새로운 상영관을 알리기 위한 홍보/마케팅 비용이 상승하게 되며, 이럴 경우 총제작비가 증가하게 되어 개봉 상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상영을 하게 될 경우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관객 커뮤니티가 구성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정된 ‘마이너쿼터’가 제안되기도 했다. 멀티플렉스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쿼터를 시행의 경우, 각 스크린의 배정일수를 하나의 스크린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스크린을 가진 극장의 경우 하나의 스크린에서는 최소 70일에서 최대 140일까지 저예산/예술/독립영화를 상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앞서 제안된 마이너쿼터의 비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마이너쿼터가 바로 이런 것이다. 멀티플렉스 내에 최소 한 개씩이라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들자는 것인데, 전국의 멀티플렉스가 160여 곳이라면 160여 개의 (최소 30일 이상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이 생기는 효과가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정책은 구체적인 정책이 되지 못했다. 이유는 2004년 마이너쿼터를 정책화하려던 열린우리당이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상정하고 검토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이너쿼터 정책이 이 제도를 시행하는 영화관에 손실분만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식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행되는 일수만큼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매년 최소 수십 억 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되게 될 것이다.

매년 수십 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투여하더라도 시장 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 사업은 추진해 볼만하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과연 적절한가? 만약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면 마이너쿼터는 검토해볼만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스크린이 1,600여개 중 멀티플렉스 내의 1개씩 마련되는 160개의 스크린은 전체 스크린의 10%에 해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10%일까? 다시 계산해 보자. 160개 스크린에 마이너쿼터 최소 7일을 상정하면 총 1,120일이다. 이 수를 365일로 환산하면 극장 3개 정도의 상영일수일 뿐이다. 14일 쿼터를 적용한다고 해도 6개의 전용상영관을 대체하는 효과밖엔 없는 셈이다.


독과점, 영화 산업의 속성

마이너쿼터제의 구체적인 실행 모델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지 아닐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만약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멀티플렉스 1관 당 1개 스크린에 대해 연간 상영일 수의 40% 정도의 마이너쿼터를 적용한다면 23,360일의 상영이 보장되고, 64개 정도의 전용관을 설치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이 정도라면 더욱 해볼만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만으로는 상영시장의 왜곡이 해소되지 못한다. 마이너쿼터가 시행되지만 다른 쪽에서는 전체 스크린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쿼터는 그저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상영관 정책일 뿐이다. 상영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 최근 멀티플렉스 내에서 한 편의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의 점유율을 제한해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주목할만하다.

한 멀티플렉스 내에서 하나의 영화가 너무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다면 다른 영화의 상영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영화가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는 것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배급사가 배급하는 거대 예산 규모의 영화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6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하기 위한 600개 프린트를 제작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듯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니까 영화관들이 상영하려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40%의 스크린을 채우게 되는 것은 아니다. 큰 예산을 들인 만큼 큰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많은 스크린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스크린을 잡는 것이다. 웬만한 예산을 들인 영화는 흥행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확신이 없는 한 관객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비용을 더 들여가며 적정한 수 이상의 프린트를 제작하지는 않는다.

스크린을 많이 잡는 또 다른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야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자를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경쟁자가 발붙일 곳을 없애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장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는 단순히 저예산/예술/독립영화의 상영 기회가 없어지는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영화의 성공을 위해 다른 영화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려는 자본의 욕망이 바로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인 것이다.

영화산업의 속성 중 하나는 독과점적 질서를 지향하는 것이다. 과거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수직계열화를 한 것도, 최근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다른 매체와 수평 계열화를 하는 것도 모두 과점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영화가 산업화될수록 이런 욕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가 산업화된다는 말은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의 욕망이 커진다는 말과 같은 말인 셈이다.


‘상영 영화 쿼터제’, 상영 시장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

산업을 그냥 내버려 둘수록 독과점 현상은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장의 독과점은 시장 밖의 다양성 정책(전용관 설립)이나 소수 영화의 소극적 상영 정책(마이너쿼터의 도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최근 대안으로 말해지는 ‘스크린 점유율 제한’은 전용관 설립이나 마이너쿼터의 도입보다 적극적인 시장 내 정책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 정책에도 맹점이 있다. 독과점 규제를 위한 강력한 정책처럼 보이긴 하나 잘못 적용될 경우 시장을 더욱 왜곡 시키거나, 한국 영화 제작 산업에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화가 멀티플렉스에서 차지하는 스크린 점유율을 30%로 제한한다고 치자. 이 말은 하나의 영화가 차지하는 30% 이외에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못한다. 30%의 스크린을 점유하는 세 편의 영화에게만 상영 기회가 보장되는 정책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 메이저가 과점적 질서를 구축하는 경우라면 이런 맹점은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영화의 상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영화의 제작(특히 저예산의 영화)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특정 거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막으면서도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보장하는 정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특정 영화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식의 배급의 문제가 아니라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편수를 제도화는 상영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영 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멀티플렉스 상영관, 그 중에서도 배급사와 수직계열화된 멀티플렉스 체인 상영관이 특정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멀티플렉스가 상영해야 하는 영화의 편수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상영 영화 쿼터제’가 바로 그런 정책이다.

‘상영 영화 쿼터제’는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숫자의 특정 퍼센티지의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여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정책제안이다. 예를 들어 ‘상영 영화 쿼터제’가 각 멀티플렉스 스크린수의 70%로 적용된다면, 10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는 최소 7편 이상의 영화를 상영하게 된다. 완전하진 못하지만 최소한 다양한 영화의 상영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물론 1편의 영화가 3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나머지 6편의 영화가 각각 1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쏠림현상이 생겨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반복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흥행되는 작품이 1편뿐이겠는가? 1편이 아니라면 배급사간 경쟁을 통해 스크린 쏠림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상영 영화 쿼터제’는 특정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제한하는 정책보다 상영하는 영화의 편수를 무조건 많아지게 한다. 스크린 점유율 제한 정책을 강화하여 하나의 영화가 20%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해도 10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는 최소 편수는 5개이지만, 상영영화 쿼터제를 70% 적용할 경우는 최소 7편의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것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의 상영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배급사간 공정 경쟁이 가능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상영 시장 역시 서서히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

‘전용관 설립’ 정책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비시장적인 영화를 상영하고 수용하게 하는데 의미 있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상영 시장의 정책 개입을 통해 영화 산업의 독과점 욕망을 규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내버려둔다면 영화 자본의 시장 지배 전략이 무제한적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 다양성은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각각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프랑수아 드 베르나르는 [‘문화 다양성’ 개념의 재정립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문화 다양성(diversitē culturelle)의 다양함이 상이함(le diffērent), 다수(le pluriel), 복수(le multifle), 다채로움(le variē)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고 쓰고 있다. 다양성의 의미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라틴어 어원인 ‘디베르수스(diversus)’가 가졌던 의미로 되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베르수스’는 ‘대립되는’, ‘불일치하는’, ‘모순되는’, ‘상이한’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어원에 따른다면 다양성은 고정된 결과나 상태가 아니라 투쟁 속의 운동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용관 정책’이 시장이 책임질 수 없는 비시장 영역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단지 시장에서 배제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이 정책은 그저 시장 영역에서 배제된 (이미 있는) 영화들은 여전히 시장 밖에 존재해야한다는 것을 재획인시키는 것이 뿐이다. 이런 정책은 베르나르의 견해대로라면 다양성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용관 정책’이 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장 내의 다양성을 확보해내기 위한 정책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왜곡된 시장을 단순히 보조하는 전용관 정책이 아니라, 비시장적 영화가 소통되는 장으로서 전용관 정책이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영화의 문화 다양성 정책은 영화 산업 자본의 지배 전략에 대항할 수 있도록 자본의 독과점적 욕망을 규제하고, 시장 안에서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문화 다양성’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런 기반 위에서 ‘법적/제도적 기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화 다양성’을 정치적 기획으로 사고될 때, ‘메이저 사기업들의 무제한적인 지배전략에 맞서 전체 이익과 공공 이익의 무제한적인 지배전략을 완벽하게 대응’되는 영화의 문화 다양성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부분 수정게재 : 레디앙 (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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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오늘 발표할 이 오픈 토크 발제글을 쓰기 위해,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북을 뒤적이다가 문득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개월 전 과거 여당이었던 어느 당의 한 국회의원은 이른바 ‘예술영화관’이 많이 만들어져도 공급할 콘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노력과, 이러한 노력의 요구에 따른 제작지원 정책 등으로 인해 상당한 수의 저예산/독립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만 하더라도 [한국영화의 흐름] 섹션과 [HD영화 특별전]에는 개막작품인 <오프로드>를 포함해 거의 15편에 이르는 저예산/독립영화들이 상영이 됩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제 등을 통해 공개된 작품들의 전부가 아니므로, 2006년 하반기에 열렸던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의 상영작들에다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개최될 인디포럼2007에 상영될 작품들을 고려해 보면 작년 하반기 이후 만들어진 저예산/독립영화만 해도 20~25편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개봉한 몇 편의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2007년 개봉 상영을 준비하겠지요.

그러나 앞서 언급한 최근작들만 2007년 개봉 상영을 준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6년 상반기 이전에 제작되었던 많은 영화들도 개봉을 하지 못해 올해 개봉을 추진하고 있으며, 훨씬 이전에 제작된 영화의 경우에도 여전히 개봉 상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저예산/독립영화가 겨냥하는 시장을 통해 공개되어지는 영화들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인정을 받는 영화들은 아니지만, 케이블/위성 방송 PP들이 제작하는 저예산영화도 있으며, 새롭게 영화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선보이는 저예산 프로젝트들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경우들을 통해 제작되어질 작품들을 추정해 보면, 꽤나 상당한 숫자의 영화가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제작 증가에 대한 불안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지원 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독립영화 진영의 활동가가 ‘영화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 그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물론 자본이 허락하지 않는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늘어나는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들의 제작 편수를 감당할 만큼 상영관들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제작 편수의 증가만큼 관객이 증가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져도 영화를 상영할 극장이 없다면, 관객들을 만날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겠지요. 이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상영을 한다고 해서 매번 일정한 관객 수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어렵사리 개봉을 해도,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냥 개봉 자체가 의의가 되고 마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연쇄적으로 낳습니다. 극장 수익이 적을뿐더러,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은 영화는 이른바 부가판권(DVD 판권, TV 방영권 등)도 팔리지 않습니다.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지요.

이것보다 더 부정적인 것은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영화가 한 편, 두 편 쌓여가면서 이 부류의 영화들에 대해 ‘재미가 없다’라는 등의 부정적 인식이 두껍게 쌓여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들은 안정적으로 저예산/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애당초 만들지 못하게 합니다. 늘어나는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지 못하면 자연스레 경제적으로는 공황을 맞게 됩니다. 2006년 한국영화제작산업의 수익률 악화는 바로 ‘과잉공급’ 때문이었습니다. 여태껏 수익률이라는 고민을 시작도 해보지 못한 저예산/독립영화 제작에 있어서 일정한 규모를 갖춘 영화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영화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다행히 오늘 오픈 토크에서 다루는 것처럼 2006년 다큐멘터리영화 <사이에서>, <비상>과 독립장편영화 <후회하지 않아> 등의 영화가 시장에서 일정한 규모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고, 적은 숫자이지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꽤나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런 몇 편의 성공 케이스들을 어떻게 더 많은 영화에게로 확대하느냐가 되어야 합니다. 몇 편의 성공 케이스를 통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조건들을 찾아보자는 것이 바로 이 오픈 토크의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2007년 한국의 영화 시장은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닥쳐온 위기 상황이 너무 압도적으로 보입니다. 2007년 이후 다가올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뒤에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먼저 어떻게 해야 2006년의 성공 사례들을 보다 많은 영화들에게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필요조건들 1
 : 보다 다양한 상영 공간

오늘 처음 들으시는 분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이 영화들을 상영할 보다 다양한 공간(영화관 등)과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영화 스크린이 1800개나 된다는데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1800개라는 스크린 수 때문에 영화관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사실 스크린 수는 영화관의 수와는 다른 것입니다. 과거보다 스크린 수는 늘었지만, 영화관 수는 줄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입니다. 과거보다 늘어난 스크린 수와 줄어든 영화관 수는 하나의 영화관에 많은 스크린이 있는 멀티플렉스가 늘어났다는 말이자, 과거 대표적인 영화관 형태였던 단관 극장들이 대거 문을 닫았다는 말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멀티플렉스가 대한민국 영화 상영환경의 주류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천영세 의원의 법안처럼 1800개나 되는 멀티플렉스 내에 일정한 수만큼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저예산/독립영화의 성공 뒤에는 CGV 인디영화관이 존재했고, 이를 미뤄보건데 멀티플렉스 스크린은 새로운 관객들을 만들어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CGV 인디영화관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최근에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특화된 기획이나 스크린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 10개 스크린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멀티플렉스 내에 일정한 수의 스크린을 확보한다면, 상영할 공간과 기회를 갖지 못한 영화들에게 일정하게 기회가 열리겠지요.

하지만, 멀티플렉스 스크린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못합니다. 그것은 멀티플렉스라는 극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멀티플렉스는 애초부터 ‘유연화된 상영환경’을 위해 고안된 영화관입니다. 여기서 말한 ‘유연화된 상영환경/상영의 유연성 확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차상영, 조기 종영 등은 바로 상영환경이 유연화 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단관 극장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유연화된 상영은 멀티플렉스에게는 보다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저예산/독립영화의 경우 유연화된 상영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영이 보다 적합하기 때문에 멀티플렉스 이외의 영화 상영 공간이 다양하게, 더 많이 필요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저예산/독립영화의 상영에 최적회된 혹은 특성화된 상영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필요조건들 2
 : 전문화된 배급/마케팅 인력

상영공간이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습니다. 영화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이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할 주체/인력들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과 마케팅은 주류 영화산업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주류 영화의 배급과 마케팅 방식은 시쳇말로 물량공세였습니다. 저예산/독립영화 몇 편의 제작비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며, 영화를 알리고 공급합니다. 당연히 저예산/독립영화는 이 방법을 따라할 수 없습니다. 제작비 두 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투입할 돈도 없겠지만요) 다른 방식의 배급과 마케팅이 필요할 텐데, 이런 다른 방식의 배급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그다지 흔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독립영화 배급사에서 한분이 나와 계시지만, 사실 한국에 전문적인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사는 매우 귀합니다. 제작되는 편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게다가 풍부한 경험이 쌓여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합니다.

영화를 만들어서 공급하고 알리려면 이런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텐데, 이런 구조를 만들어내진 못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력들조차 쉽게, 지원 없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허약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다행히 공공적인 마케팅 지원 사업이 있어, 최소한이나마 지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저예산/독립영화의 안정적인 배급을 위해서는 배급 주체를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해야할 필요도 있습니다.

배급 주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해야할 이유는 주류영화와는 다른 배급과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1~2년간 매체들을 통해 거대 배급사, 거대 메이저, 수직계열화의 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과거보다 지금은 배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배급은 단순히 영화를 소매업에게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역할은 영화의 성공적인 자금조달 등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배급은 규모와 라인업의 싸움입니다. 영화 한 편, 한 편의 배급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단화된 배급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배급할 영화의 규모, 마케팅에 투입할 예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한 편의 영화보다는 보다 많은 수의 영화도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수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때 배급 주체는 상영 주체에 대해 상당한 교섭력을 가질 수 있으며, 배급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교섭력을 가진, 차별화된 배급과 마케팅의 전문성을 가진 주체들이 있어야 배급이 활성화되고, 덩달아 상영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주체들은 보다 독립적인 주체들이 되어야 합니다. 기존 메이저 배급사가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와 <사이에서>를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 같은 저예산/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진 메이저 배급사가 배급을 하면 보다 힘 있게 배급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너인디펜던트, 폭스서치라이트, 소니클래식스 같은 메이저의 인디배급 레이블을 통해 배급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도 ‘CJ-인디펜던트’, ‘인디-쇼박스’, ‘롯데 클래식-시네마’ 같은 메이저 배급사의 인디펜던트 레이블을 만들어서 저예산/독립영화 배급을 확대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메이저 배급사의 경우, 정말 다양한 영화를 배급하기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메이저 배급사가 인디펜던트 배급 레이블을 인수 합병한 이후 반사회적으로 보이는 영화의 배급을 거절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메이저 배급사의 인디펜던트 레이블이 다루는 영화의 성격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메이저 이외의 배급 주체가 없다면, 메이저 배급사가 선택하지 않는 영화들은 배급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메이저 배급사의 인디펜던트 레이블이 선택할 것 같은 영화만 만드는 왜곡된 제작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다양한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주체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필요조건들 3
 : 영화 자체의 경쟁력

그리고 관객들을 끌어올 수 있는, 주류 영화들의 경쟁에서 차별화되어 경쟁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여 일단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관객들에게 소구가 분명한 콘셉트의 영화만을 강조해서는 곤란하겠지요.


그렇다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과 상영은 활성화될까?
 : 2006년 이후의 상황

다양한 상영 공간, 전문화되고 독립된 배급/마케팅 주체, 그리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영화만 준비가 되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배급은 활성화되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뭐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2006년 이후 변화된 영화 환경은 이런 조건들을 일부 갖춘다고 해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배급과 상영에는 한국 주류영화 외의 강력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이른바 외국산 예술영화와 인디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입니다. 각종 국제영화제의 수상작들, 외국의 유명한 감독들의 신작들, 그리고 소위 일본 인디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이 바로 한국산 저예산영화/독립영화가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할 대상들입니다.

‘아니, 왜 경쟁을 해야 해? 공생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역시 계시겠지요. 맞습니다. 경쟁보다는 공생을 해야겠지요. 공생이 아니라 서로 상생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 게다가 신자유주의 아래의 시장 상황, 그리고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상영 구조가 구축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는 상생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먼저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는 외국산 예술영화, 인디영화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낮습니다. 흔히 일본 인디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의 제작비는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제작비보다 높습니다. 일본의 인디영화는 한국의 독립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인디펜던트는 도호, 도에이, 쇼치쿠 같은 메이저 영화사가 제작하지 않는 영화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한국의 독립영화 정도의 영화라면 자주영화라고 부릅니다. (물론 자주영화도 영역하면 인디펜던트 시네마이긴 합니다.) 일본 인디영화의 제작비는 (정확한 통계치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 1~2억 엔을 상회합니다. 한국에 수입되는 인디영화라 부르는 영화들의 제작비는 2억 엔을 초과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만, 1억 엔이라고 해도 원화로 환산하면, 7억8천만 원이 넘습니다. 뭐 물론 물가도 계산을 해봐야겠습니다만, 몇 천만 원도 어렵게 마련하는 한국산 독립영화와 5억 원을 넘기지 못하는 한국산 저예산영화와 비교하면 매우 큰 예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미국 인디영화도 마찬가지지요. 500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를 들인 인디영화라고 하면, 46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셈입니다. 뭐 한국 주류영화의 제작비보다 많은 것이죠.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는 바로 이런 영화들이랑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수입되는 외국영화들 중 호락호락한 영화도 있겠지만, 성공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 등이 쟁쟁한 영화들입니다. 같은 인디펜던트라고 해도 짐 자무시 감독과 안슬기 감독은 매우 다르지요.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자는 바로 이런 영화들입니다. 이런 영화들이 최대 2억 원, 최소 1천만 원을 주고 수입되어 들어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영화들이지요.

2006년부터 이런 외국산 예술영화와 인디영화의 수입이 보다 확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 영화의 경우 예년에 비해 몇 배는 될 만큼 수입이 되고 있고, 외국산 예술영화의 경우도 수입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제작편수는 증가하는데, 별로 늘어나지 않는 상영관을 두고 늘어난 외국산 예술영화/인디영화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상영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하는 것입니다.

사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경쟁이기도 합니다. 한국산 주류영화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든, 유럽산, 일본산 블록버스터든 간에는 명분싸움이라도 하겠지만, 외국산 예술영화나 인디영화랑 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면, 그런 명분을 내세우기가 민망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연대를 해야겠지만, 상생을 해야겠지만 제한된 기회와 재화는 자연스레 경쟁을 유발합니다. 그나마 스크린쿼터제가 146일이 있었던 시절이라면, 제도적으로 일정한 상영 기회가 보장될 수 있을 텐데, 한미FTA 협상을 위해 이마저도 줄어들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는 든든한 제도적 장치의 혜택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 2006년 이후 변화된 상영 제도의 문제들을 더불어 고민해야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상영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보다 제대로 토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쩌면 영화관 이외의 다른 배급 창구를 시급하게 개발하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도 이미 죽어버린 DVD 시장도 아쉽고, 저예산/독립영화를 외면하는 지상파 방송, 케이블/위성 방송도 야속해 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비극장, DVD, 온라인, 지상파 방송, 케이블/위성 방송, 그리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뉴미디어와 관련된 고민들까지 함께 해야만,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보다 진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에는 상영 시장에만 얽매이지 않는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토론하기를 기대합니다.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인더스트리 컨퍼런스 오픈 토크 : 한국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과 개봉

매년 다양한 지원 제도 등에 의해 많은 저예산/독립영화들이 제작되지만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영화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2006년 한 해 동안 <내 청춘에게 고함>(2006), <사이에서>(2006), <비상〉 (2006), <후회하지 않아>(2006), <여름이 가기 전에>(2005), <포도나무를 베어라>(2006) 등이 개봉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오픈 토크에서는 이 영화들의 흥행성적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국 저예산/독립영화 시장의 현재를 살펴보고 더 많은 저예산/독립영화가 극장 개봉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일시 2007.5.1(화) 16:00
장소 메가박스8관
참가 곽용수(인디스토리 대표), 김보연(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2팀 아트플러스 담당), 민병훈(감독),
       원승환(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조홍석(프로그램팀 인디영화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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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독립영화, 완성 후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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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독립영화의 화두 중 하나는 “제작한 영화를 어떻게 상영할 것인가”였다. 어렵사리 영화를 제작해도 영화제 상영 등을 제외하고는 상영될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장편독립영화의 경우에 이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어렵게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영화 제작의 의미까지 퇴색되게 만드는 일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개봉 후 발생하는 수익을 전제로 제작비를 대출받아 영화를 만든 경우에는 영화의 의미의 퇴색을 고민하기 이전에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이라는 예상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만 좋으면 개봉되어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믿음에 의해 의욕적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은 순진한 사람에게까지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전국에 스크린이 1,600개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상영할 하나의 스크린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영화 상영 시장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거쳐 과점 형태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몇몇 메이저 배급사는 멀티플렉스 체인과 수직계열화 되어 있으며, 이 결과 상영 시장은 몇 편의 영화가 전체 시장을 독식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점화된 몇 편의 영화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뿐, 다양한 상영의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힘없는 자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소외될 뿐이다. 장편독립영화는 극장 상영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홍보/마케팅, 또 하나의 시장 진입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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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상영할 스크린을 확보한다고 해서 상영을 위한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극장 상영을 위해서는 영화 상영 일정과 상영 극장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흔히 홍보/마케팅이라고 부르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홍보/마케팅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개봉 사실을 알 수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극장 측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를 요구한다. 홍보/마케팅비용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 위한 필수 조건 것이다. (영화 산업에서 영화의 제작비를 실제 영화의 제작에 들어가는 순수 제작비만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마케팅 비용을 포함해서 계산하여 총제작비라는 형태로 계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필수 조건은 독립영화 극장 상영을 제약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 제작비조차 어렵게 조달하는 현재 독립영화 현실에서 홍보/마케팅을 위한 별도의 비용을 추가로 조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홍보/마케팅은 익숙한 것이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은 애초에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랬다가 막상 극장 상영을 하려고 할 때 해결하지 못하는 장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군가 극장 상영을 위해 이 비용을 대신 지불해 준다면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경우는 이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극장에서의 상영을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상영해야 한다면 순제작비를 낮추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장편독립영화의 제작 현실에서 더 줄일 제작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제작비를 낮추더라도 홍보/마케팅비용이 추가한다면 영화의 총제작비는 줄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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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안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매우 신선한 방법을 찾는 적극적 방식의 해결책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만드는 대신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 카페를 활용하고, 광고를 하는 대신 열심히 매체에 보도 자료를 보내 언론 보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영화를 알리기보다는 상영하려는 영화에 가장 적합한 대상 관객들을 설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홍보하는 그런 방법 말이다. 과연 지금 시장에서 이런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성공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영화에 따라서 많은 언론들이 영화를 지지해 줄 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작품을 홍보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영화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방식이 쉽지 않은 보다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상영 시장에서 홍보/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이다. 영화 산업에서 홍보/마케팅의 강화를 통한 판매촉진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더 많은 입장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객이 필요하고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고 거대한 마케팅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
리고 이런 마케팅이 경쟁하면서 2005년 우리나라 영화의 홍보마케팅 비용은 평균 30억 2천만원인 순제작비의 절반이 넘는 평균 15억 7천만원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총제작비 45억 9천만원 중 1/3이 홍보/마케팅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잉 홍보/마케팅의 상황 속에서 작고 효율적인 홍보/마케팅이나 입소문에 의한 홍보/마케팅의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아무리 열심히